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 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간절히 기다리던 철근 시장의 봄이 왔다. 완연한 회복세의 신뢰를 다졌던 3월을 딛고 성수기 거래가 집중되는 4월의 문턱에 들었다.

얼마 전까지의 연초 시장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로 실감된다. “하루 종일 수십 통의 전화를 돌려 겨우 한 차 내보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던 영업사원의 하소연이 아직도 또렷하다.

급한 숨을 돌렸으니,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자. 연초 철근 시장은 왜 그리 삭막했을까. 판매실적만 놓고 보면, 지난 1분기는 분명 최악은 아니었다. 예년보다 긴 설 명절이 흐름을 끊었던 2월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지난해 보다 나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사상 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난발됐던 이유는 스스로를 옥죈 ‘불안심리’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지난 겨울 비수기 동안 철근 시장은 시세하락의 불안감에 멱살을 잡힌 듯 끌려왔다.

철근을 파는 사람은 ‘남들보다 먼저 가격을 내려 파는 게 손해를 덜 보는 것’이라며 앞 다퉈 저가경쟁에 나섰다. 반대로 사는 사람은 알아서 가격을 낮춰 내는 시장을 즐기며 ‘제값에 사면 바보’이라는 생각으로 거래를 미뤘다. 수급조절에 실패한 철근 업계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50만톤 대 재고를 끌어안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 결과, 철근 시장은 연초 두 달 만에 4~5만원의 가격을 스스로 내렸다. 같은 기간 국내 철스크랩 시세 낙폭의 3배에 달하는 납득하기 힘든 가격하락이었다.

철근 시장의 흐름은 돌아섰다. 제강사들의 3월 철근 판매는 동월 기준 5년 만에 최대 실적 달성이 유력하다. 현기증 나던 철근 재고는 한 달 새 10만톤 가깝게 줄어 30만톤 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난감했던 철근 시세도 4만5,000원이라는 2분기 기준가 인하 압박에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킬 만큼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토록 시달렸던 불안감을 회복의 기대심리로 되돌릴 차례다. 어렵게 돌아선 시장흐름을 충분한 에너지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꼭 필요한 것은 방심하지 않는 긴장감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길들여진 불안심리를 조절해야한다. 무책임한 생산경쟁, 1건의 거래를 위해 시장 전체가 1만원의 시세하락을 감수하는 출혈경쟁, 상대방을 압박해 본인의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이기심 등 질 나쁜 유혹에 현혹돼서는 안 될 것이다.

철근 업계가 이성적인 생산과 판매의 선을 넘지 않는다면, 본격적인 봄 성수기 시장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충분히 위로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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