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장에서 떨어지는 칼날을 잡을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하락국면 진입'을 두고 반신반의하던 스테인리스의 업계의 심리는 결국 꺾였다. 사실 스테인리스 시황만의 문제는 아니다. 고강도 긴축과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투자 심리도 모두 위축됐다. 

기자는 한달 전 '하락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란 글을 통해 시장의 수요 상황을 역행하는 의지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신호와 흐름을 받아들이고 현실적인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표면가격과 이면가격의 괴리는 끝내 거래가격의 하락을 불러왔다. 그동안 AD 규제 중이기 때문에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올해 내내 지속되면서 제품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기도 했다. 

물론 AD 규제가 현재 시장가격의 급락을 막고 있는 것은 맞다. 이미 해외 304 열연 오퍼가격은 톤당 2,500달러대 내외에서 형성됐다. 국내는 3분기 304 열연 최저가격이 톤당 2,750달러로 추정되고 있어, 급락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관건은 4분기 최저가격이다. 3분기 최저가격의 기준점이었던 4월 중국 무석 가격보다 6월 중국 가격은 하락한 상태다. 이런 추세가 7월까지 이어질 경우, 4분기 최저가격은 3분기보다 낮아지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다시 시장의 현실로 돌아와보면, 유통업계의 재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AD 규제와 최근 2년 간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승장 영향 등으로 가격이 좀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한 업체들과 국내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 업체들 모두 재고를 늘려왔다.

물론 니켈이 3만 달러대로 다시 상승하면 시장이 반전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가격이라는 것이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황 예측 시나리오 중 하나로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스테인리스 시장을 주식 시장처럼 생각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식이야 장기적으로 묻어두고 '존버'할 수 있겠지만, 스테인리스는  투기 상품이 아닌 산업의 소재로 사용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상승이 너무 길었다고 표현하고, 누군가는 하락이 갑작스레 찾아왔다고 표현했다. 기자가 이번주 들어서 가장 많이 한 질문은 "지금 현재 시장에서 대안은 뭘까요?"였다. 

 가장 많이 돌아온 대답은 가격현실화와 연착륙을 위한 출하 조절 혹은 감산이었다. 현재 스테인리스 시장에서 업계의 '질서있는 후퇴'는 불가능한 현실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3분기 최저가격 제한으로 국내 시장의 추가 급락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아직은 떨어지는 칼날임을 기억할 필요는 있다. 

며칠 전 하반기 스테인리스 전망 기사를 쓰다 친한 분에게 어떻게 써야할 지 도통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했는데, 명쾌한 한 줄 요약으로 돌아왔다. "Who Knows?" 

스테인리스 업계는 또 다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을 통과할지도 모르지만, 결국 뒤집히고 뒤집혀 균형을 찾게 될 것이라 믿어본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